갓 사회초년생일적부터 올해 초까지 10년 넘게 단골인

투다리 매장이 있습니다

혼자서도 가볍게 한잔씩 하러 가기도하고

동네 친구들과 수다떨러 가기도하고

제가 가는 술집및 식당중에는 가장 꾸준히 가는곳일겝니다

어디사는 누군지는 모르지만 가면 종종 마주치는 다른 단골손님들도 제법 있습니다

물론 아는척을 하지는 않지만

속으로 오! 저분 또 오셨네 생각에

힘든 사회생활이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니구나 하며 잠시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신도시로 이사하면서 전처럼 자주가지는 못하지만

전에 살던 동네에 들를때면 꼭 들르는 곳이 투다리 입니다

물론 지금사는 동네에도 투다리가 있습니다

깨끗하고 더 정돈되고 세련된 곳이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곳은 처음 한두번이지 발길이 이어지지 않더라구요

그냥 원래 살던동네 사장님이 손맛이 좋으신가보다.. 하고 혼자 생각했는데

이번 휴가때 친정에 들른김에 투다리를 들렀다가 가게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며 통화 하시는걸 본의아니게 살짝 엿듣게 되었습니다

사장님 본인의 의지가 아닌

본사의 인테리어 권유? 때문에 인테리어 불이행시 노포들의 계약을 해지한다는 대강 그런 내용이었던듯 합니다

(정확하게 들은건 아니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그러했습니다 확실히)

순간 술맛이 정말 훅 떨어졌습니다

사장님과 사적인 이야기를 나눠본적도 없었고

제가 곰살맞은 성격이 아니라

친한척 해본적도 없었지만

제 20대을 쭉 보신분이라 그런지

그저 수줍은 눈인사에도 제가 힘든일이 있었을때면 꼭 나가는길에 “요즘 참 경제가 힘들어요 젊은사람들이 잘 돼야할텐데”

그 한마디가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얼마나 눈물나게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아마도 투다리 본사의 영업방침이나

뭔가 손익을 따지는것에 있어서 노포들이

불편한 점이 있을수도 있었겠지만

본사에서는 아주 큰것을 놓치고 있는것 같습니다

투다리가 다른 요식업 프랜차이즈와 다르게 롱런할수 있었던 이유는

투다리의 역사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세련된 인테리어, 깔끔한 분위기

좋지요 그런데요, 그런곳은 한 상가건물에 몇십개씩 수두룩하게 있습니다

사람들이 오래되고 낡은 투다리를 찾는 이유는

그곳에 나의 20대 30대가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아주예전 첫사랑과 앉았던 자리, 동네 깨복쟁이 친구들과 막 스물이 되어 맥주잔 부딪히며 울고웃던 자리,

낡아 군데군데 조명색이 바래고 의자와 테이블이 바래고

그 모든것을 누리기위해 저는 아직도 투다리에 가는것입니다

아마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저와 같은 이유에서 투다리를 찾는것일겁니다

부디 노포들에대한 이야기는 제가 잘못알아들은 헤프닝으로 끝나길 바라며

투다리에 대한 제 애정을 글로나마 남겨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